'비만 오면 감전 공포' 어이없는 사고 왜?
<앵커>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될 텐데 매년 일어나는 길거리 감전 사고 방지책은 제대로 세워졌는지 거리로 나가 봤습니다. 안전 시리즈, 권기봉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5년 6월 인천에서 10대 두 명이 빗길을 걷다 감전돼 숨졌습니다.
땅속에 묻힌 전기 접속함에서 전기가 흘러나온 게 원인이었습니다.
장마를 앞두고 하루 유동인구가 백만 명에 이르는 서울 명동에 나가봤습니다.
한국전력이 감전사고를 막기 위해 전기 접속함마다 설치하는 접지선입니다.
접속함 덮개에서 땅으로 연결돼야 할 접지선이 엉터리로 설치돼 제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한국전력 서울사업본부 관계자 : (연결이 안 돼 있네요?) 풀어졌어요. 어제 했는데 풀어진 거에요. (그러면 의미 없는 거 아니에요?) 네, 잘못된 거네요.]
주택가나 상가지역에 있는 전선들도 문제입니다.
통신선으로부터 1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규정이 지켜진 곳은 거의 없습니다.
전선들이 바람에 뒤엉키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경기도 수원에서 60대 남자가 강풍에 끊어진 고압선에 닿아 숨졌습니다.
전기설비 기술기준은 모든 전기시설에서 누전이 됐을 경우 곧바로 전기를 차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전소와 고압선로를 제외하고, 한전이 설치한 나머지 송전 시설에는 차단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한국전력 서울사업본부 관계자 : (전기설비 기술기준에 대한) 적용을 저압설비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건 저도 확인을 못했고...]
한전의 자체 안전기준도 문제입니다.
전기가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누출되는 누설 전류의 국제 안전기준은 0.2mA 이하입니다.
하지만 SBS가 입수한 한전의 자체 기준은 10mA로, 국제 기준보다 50배나 느슨합니다.
[정재희/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 교수 : 인체를 통해서 10mA의 감전 전류가 흐르면 근육의 수축 현상이 와서 자신의 힘으로 깨어나지 못할 수 있는 단계로 들어서게 되는 겁니다. 이건 상당히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는것이고 안전 기준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감전사고는 대부분 시민들의 부주의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부실 탓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전기시설을 책임지는 한국전력이 나서서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근본적으로 없애야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권기봉 기자 finlan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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