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맡고 있는 청파이엠티 관계사 대표 외에도 한국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 기능한국인회 사무총장 등의 명함이 또 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역할 하나 허투루 하는 것이 없다. 일을 맡을 때는 신중하게, 그러나 맡게 되면 성과를 내기 위해 집요하고, 철저하게 일처리를 하는 게 그의 업무스타일이다.
지난해 8월부터 활동하고 있는 기능한국인회 사무총장은 요즘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자리다.
2022년 2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김 대표는 전자계측기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공업교육 장비를 개발해 교육현장에 공급하고 있는 전자 계측기술 전문가다. 그는 이달의 기능한국인(2022년 2월)으로 선정된 지 6개월 만에 윤통섭 기능한국인회 회장(비전세미콘 대표)의 제안을 받아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윤 회장이 그의 꼼꼼하고 확실한 일처리 스타일을 간파하고 중책을 제안한 것이다.
▲기능한국인회 운영 살림꾼
기능한국인회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성공한 기능인을 발굴해 선정하는 ‘이달의 기능한국인’들의 모임으로, 산업과 교육현장에서 기술발전, 후진양성과 함께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윤 회장의 지원 속에 공익단체로서 회계처리를 먼저 바꾸고, 사무국 직원들을 보강해 회원지원과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사무총장의 일이라는 게 무보수에, 제 시간과 돈을 많이 빼앗기지만 산업과 교육현장에서 기술발전, 후진양성을 위해 일한다는 기능한국인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그동안의 사회봉사, 장학금 후원 등 공익활동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회원들에게 보탬을 줄 수 있느냐’였다.
“기능한국인회 회원들의 매출 향상을 위해 회원 전문업종별 국내 전문 전시회 참가 지원 등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회원사 생산제품, 기술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영문으로 제작해 글로벌 사이트를 만든다면 해외진출에 보탬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런 생각을 실제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오는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대구EXCO에서 개최되는 전기산업엑스포에 처음 참가해 ‘기능한국인회관’을 꾸리기로 했다. 전기 외에 다른 업종의 전시회 참가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23일 기능한국인회는 콜롬비아 국가직업훈련기관(SENA)과 상호 국제교류 협력를 위한 MOU를 체결했는데, SENA는 콜럼비아의 직업훈련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국제기능올림픽, 국가자격증, 기술교육 직업훈련기관 및 대학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한국의 기술훈련교육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이 사업 역시 김 대표가 주도해서 성사시킨 것이다.
“기능한국인회라는 좋은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다양한 사업들을 해보고 싶은데, 막상 처음에 일을 시작하려면 마중물이라는 게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일단 제가 그 마중물 역할을 하고 앞으로 여러 회원사들의 참여와 협조를 독려할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숙련기술 단체 중 유일하게 자체 회관이 없는 기능한국인회의 회관건립, 기능한국인 맨파워를 활용한 ‘수준별 교육체계 수립 연구용역’ 사업, 해외바이어 발굴 등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기술교육·전기안전, 가려운 부분 긁어주는 ‘효자손’ 역할
전북 진안이 고향인 김 대표는 이리공업고등학교 전자과를 졸업했다. 그때만 해도 전북에는 이리공고밖에 없었고, 전공 또한 앞으로 전자분야가 유망할 것이라는 생각에 입학을 결심했다.
덕분에 졸업 이후 서울에서 흑백TV와 소형 라디오를 생산하는 기업에 취업했고, 손끝이 야무지다는 평가 속에 능력을 인정받아 입사 6개월 만에 생산반장을 꿰찼다.
하지만 더 고급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갈증에 그는 첫 직장을 그만뒀고, 수차례 면접 끝에 당시 국내외에서 계측기 업체로 유명했던 이디엔지니어링에 몸을 담게 된다. 김 대표 인생의 터닝포인트 순간이다.
김 대표는 이후 이디엔지니어링에서 기술개발은 물론, A/S․영업 등 회사의 전 부서 업무를 파악하며 열심히 일을 배웠다. 또 동서울대학교에 입학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지식을 쌓았고, 세명대에서 전력전자 분야 석사·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며 전기와 전자를 아우르는 엔지니어 출신 대표로 거듭났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석·박사 수준의 지식이 겸비되면서 청파이엠티는 기술교육·전기안전 분야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효자손’과 같은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그 결과 아날로그 계측기가 주류이던 2000년대 초반 손해를 무릅쓰고 전기안전공사와 디지털 다기능 계측기 개발에 성공, ‘국내 디지털 다기능 계측기 분야 1등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최근에는 전기안전공사와 최첨단 안전관리 레벨에 맞는 ‘스마트안전모’도 개발, 시작품을 만들어 필드 테스트 중이며, 향후 보완작업을 거쳐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에 사용되는 커넥터 루버 등 실리콘 성형부품 등을 생산하는 ‘대성케미칼’을 인수, 실리콘 성형기술도 확보했다.
이후 김 대표는 다양한 공학교육 콘텐츠를 탑재한 공학교육 플랫폼 ‘아레스(ARes)’, 전기공사 비대면 소프트웨어인 ‘XR PLEX’, 환경인증을 획득한 스마트 초미세먼지 모니터링 장치인 에르큐(AerQ), 프리필터와 미디엄필터, 7Layer 복합필터 등을 결합해 최적의 정화기능을 확보한 납 연기 정화시스템 등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안전, 환경, 기술교육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적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XR PLEX’의 경우 교육용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이 사내 직원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포스코 등에서도 구매했지만 올해부터는 외국어 버전을 내놓고 해외수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이미 볼리비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샘플요청 등 오더가 들어오고 있어요.”
김 대표는 교육 기자재의 경우 많은 돈을 벌 수 없는 틈새시장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고 했다. 만약 남의 나라 교재, 기자재로 교육을 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그 나라에 기술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공서적 개발, 교재개발, 툴(교육장비, 기술교육장비, 소프트웨어)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흔히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하는데, 기술교육은 1000년지 대계입니다. 기술교육은 정부가 앞장서야 합니다. 이와 같은 자재와 툴을 개발하는 곳들을 지원하고 격려해줘야 합니다.”
김 대표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학력중심에서 실무중심으로 사회가 바뀌어 엔지니어가 환대 받는 사회가 돼야 우리나라도 1등 국가 반열에 오를 수 있다면서 사회의 변화를 촉구했다.